2026-06-15·약 11분

같은 죄로 기소됐는데 형이 다른 이유

양형자료가 만드는 차이

같은 죄로 기소되어도 양형자료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형이 달라집니다. 양형자료가 왜 중요한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변호사가 설명합니다.

양형자료 준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법률 인포그래픽

양형자료란 무엇인가

양형자료란 법원이 형을 정할 때 참작하는 유리한 사정을, 재판부가 확인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구체적 자료를 말합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과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와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양형자료는 이 네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사정을 말이 아니라 자료로 증명하는 수단입니다.

흔히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양형자료는 유무죄를 다투는 증거가 아닙니다. 유죄를 전제로, 그 안에서 형의 무게를 정하는 단계에 쓰이는 자료입니다. 그래서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에서 오히려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피해 변제 내역과 공탁 서류, 반성문, 재범방지교육 수료증과 치료·상담 기록, 재직증명서와 가족관계 자료, 탄원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양형자료가 형을 가르는 이유

형을 정하는 출발점은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의 조건, 즉 범인의 연령과 성행·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입니다. 그런데 이 조건들은 ‘반성하고 있다’거나 ‘재범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만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기록에 드러난 객관적 사정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같은 정도로 반성하고 있어도, 한쪽은 피해 회복 내역과 합의서, 구체적 재발 방지 계획을 자료로 제출하고 다른 한쪽은 막연히 선처만 구한다면, 법원이 평가할 수 있는 근거의 두께가 다릅니다. 양형자료는 결국 ‘유리한 사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인 셈입니다.

무엇이 양형자료가 되는가

양형자료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피해자와의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피해 변제나 공탁의 내역은 피해 회복을 보여 주는 핵심 자료입니다. 진지한 반성을 담은 진술과 그에 부합하는 행동, 치료나 교육 프로그램 이수 내역,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도 범행 후의 정황을 뒷받침합니다. 행위자 자신에 관한 사정으로는 가족 관계와 부양 상황, 직업과 사회적 유대, 건강 상태처럼 재범 위험이 낮고 사회 복귀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주는 자료가 활용됩니다.

다만 자료는 많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형법 제51조가 묻는 각 항목과 연결되도록 정리되어야 비로소 양형에 힘을 발휘합니다. 합의서 한 장도 ‘피해자와의 관계’라는 조건에 대응시켜 제시할 때 설득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시기를 놓치면 자료의 힘이 줄어든다

양형자료는 준비하는 시점도 중요합니다. 피해 회복과 합의는 수사 초기에 이루어질수록 진정성이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고, 재판이 임박해서야 급히 만든 자료는 무게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사건 초기에 방향을 잡아야 어떤 자료를 어떻게 확보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결국 양형은 선고기일에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건 초기부터 쌓아 온 자료의 결과가 드러나는 자리인 셈입니다.

양형자료는 어떻게 제출하는가

양형자료는 보통 변호인이 의견서 형태로 정리해 재판부에 제출합니다. 자료를 그대로 묶어 내는 것이 아니라, 각 자료가 형법 제51조의 어느 조건에 대응하는지를 밝혀 구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같은 반성문이라도 범행 후의 정황을 보여 주는 자료로 자리매김될 때 힘을 가집니다.

시기는 선고 전입니다. 재판부가 형을 정한 뒤에는 반영될 수 없으므로,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 제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무에서는 공판기일 전에 미리 제출해 재판부가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직접 준비할 수도 있지만, 어떤 자료가 어떤 조건에 대응하는지를 가려 구성하는 데에는 실무 경험이 차이를 만듭니다. 자료의 양보다 조건과의 연결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합의가 어려울 때 — 공탁이라는 길

피해 회복이 양형에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피해자가 연락을 거부하거나 합의를 원치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공탁입니다. 피해 변제의 의사를 가지고 일정 금액을 법원에 맡겨 두는 것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정에서도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형사공탁 제도가 정비되면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해도 사건을 특정해 공탁할 수 있는 길이 열려, 합의가 막힌 사건에서도 양형자료를 보강할 여지가 생겼습니다. 다만 공탁이 합의와 동일한 무게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므로, 합의가 가능한 사건이라면 합의를 우선하고 공탁은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공탁하면 법원이 피해자에게 의견을 묻는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절차가 하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6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한 경우, 법원이 판결을 선고하기 전에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도 포함됩니다. 의견을 청취하기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가 인정됩니다.

이 조항의 의미는 분명합니다. 공탁은 법원에 돈을 맡기는 일방적 행위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피해자의 목소리를 거쳐 평가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공탁의 양형상 가치는 공탁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뒤에 확인되는 피해자의 태도에 크게 좌우됩니다.

피해자가 수령을 거절하면 — 판례는 셋으로 갈린다

공탁을 두고 가장 많이 묻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하나로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근 하급심 판결들을 보면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 유리한 정상으로 보지 않는 경우입니다. 대구지방법원 2022노2144 판결은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 의사가 없고 엄벌을 탄원하는 사정에서, 공탁 사실 자체만으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제한적으로나마 참작하는 경우입니다. 서울고등법원 2025노2649 판결은 피해자가 수령 의사가 없음을 명시한 점을 고려해 매우 제한적으로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고, 서울고등법원 2025노2792 판결은 수령 의사가 없더라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라는 점은 같다고 보아 제한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전주지방법원 2024노1910 판결과 대전지방법원 2025노2825 판결도 같은 취지입니다.

셋째, 사정변경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서울고등법원 2024노2026 판결은 변론종결 후 제출된 공탁에 대해 피해자의 수령 사실과 수령 의사가 확인되지 않고 실질적 피해 회복이 단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형을 감경할 새로운 사정변경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금액도 봅니다. 서울고등법원 2024노3667 판결은 형사공탁이 있었더라도 피해 감정이 누그러졌다는 자료가 없고 공탁 금액이 피해 복구에 현저히 부족하다면, 원심의 형을 감경할 정도의 유리한 양형조건으로 참작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정리하면 수령 거절이 있다고 해서 공탁의 가치가 0으로 고정되지는 않지만, 반대로 공탁했다는 사실만으로 감경이 따라오지도 않습니다. 참고로 이 쟁점을 대법원이 실체 판단으로 정리한 최근 판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양형부당은 사형이나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가 선고된 사건이 아니면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어, 대법원 단계에서 다뤄질 기회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공탁금은 돌려받을 수 있는가

공탁법 제9조의2는 형사사건 피해자를 위한 변제공탁의 회수를 원칙적으로 제한합니다. 다만 두 가지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수령인으로 지정된 사람이 회수에 동의하거나 수령을 거절하는 의사를 공탁소에 통고한 경우, 그리고 그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거나 불기소 결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기소유예는 여기서 제외됩니다.

즉 공탁은 마음이 바뀌면 되돌릴 수 있는 조치가 아닙니다. 금액과 시점을 정할 때 이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Q양형자료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의 조건에 해당하는 유리한 사정을, 법원이 확인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구체적 증거와 자료를 말합니다. 합의서, 피해 변제 내역,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 가족·직업 관계 자료 등이 포함됩니다.

Q반성문만 내도 충분한가요?

반성문은 범행 후의 정황을 보여 주는 하나의 자료일 뿐입니다. 피해 회복과 합의,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 등과 함께 제출될 때 설득력이 커집니다.

Q합의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은가요?

일반적으로 수사 초기에 이루어진 피해 회복과 합의가 진정성 측면에서 유리하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사안에 따라 적절한 시점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Q자료가 많으면 무조건 유리한가요?

양이 아니라 연결이 중요합니다. 형법 제51조의 각 조건에 대응하도록 정리된 자료라야 양형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Q변호인 없이도 양형자료를 준비할 수 있나요?

스스로 준비할 수도 있지만, 어떤 자료가 어떤 조건에 대응하는지를 가려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데에는 실무 경험이 큰 차이를 만듭니다. 같은 자료라도 형법 제51조의 조건과 연결해 제시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Q공탁만 해도 합의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나요?

동일하게 평가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판결문에 인용된 양형기준을 보면 여러 범죄유형에서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하나의 감경요소로 묶어 대체관계로 제시하는 예가 확인됩니다. 구체적인 효과, 즉 권고형량 영역이 어떻게 조정되는지는 범죄유형별 기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합의가 가능한 사건이라면 합의를 우선하고 공탁을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피해자가 공탁금을 받지 않으면 소용없나요?

소용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반대로 반드시 참작된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수령 거절에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라는 점을 인정해 제한적으로 참작한 판결이 있는 반면, 수령 의사가 없고 엄벌을 탄원하는 사정에서는 공탁 사실만으로 유리한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판결도 있습니다. 사건별 편차가 크므로 단정적인 안내를 믿지 마시고 담당 변호인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Q항소심에서 공탁해도 참작되나요?

시기가 늦다고 해서 자동으로 무의미해지지는 않습니다. 항소심에서 처벌불원 의사가 확인되고 공탁이 이루어진 사정을 고려해 원심을 파기하고 형을 변경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항소심에서 추가 공탁을 했더라도 피해자의 수령 의사를 확인할 수 없어 유리한 사정변경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 변론종결 후 제출된 공탁을 사정변경으로 보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늦을수록 인정받기 어려워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양형이 걱정되는 사건이라면

양형은 유리한 사정을 얼마나 자료로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사건 초기부터 양형자료를 설계하고, 형법 제51조의 조건에 맞추어 체계적으로 정리해 법원을 설득해 왔습니다. 형의 무게가 걱정되는 사건일수록, 자료를 모으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함께 준비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