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에서 배상까지 받는 길 — 배상명령 신청의 요건과 한계
소송촉진법 제25조부터 제34조까지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과 함께 피고인에게 피해 배상을 명하는 제도가 배상명령입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가 대상 범죄를 정하고 있고, 피해자는 제1심이나 제2심 변론이 끝날 때까지 인지대 없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확정된 배상명령은 민사판결과 같은 집행력을 가지므로 따로 민사소송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배상책임의 유무나 범위가 명백하지 않으면 법원은 배상명령을 할 수 없고 신청을 각하해야 합니다. 신청 요건과 한계, 피고인 입장에서 알아야 할 점을 정리해 드립니다.

형사재판 안에서 배상까지 받는 제도
형사재판은 피고인을 처벌할지, 어떤 형을 정할지를 다루는 절차입니다. 피해를 얼마나 배상받을지는 원래 민사소송에서 따로 다투어야 합니다. 그런데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인지대와 변호사 비용이 다시 들고 절차도 새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이 부담을 덜기 위해 마련된 것이 배상명령입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1항은 제1심 또는 제2심의 형사공판 절차에서 일정한 죄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나 그 상속인의 신청에 의하여 그 범죄행위로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손해 및 위자료의 배상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제도를 피해금액이 특정되고 피고인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배상을 명함으로써 간편하고 신속하게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도모하려는 제도라고 설명합니다(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7도4088 판결). 간편하고 신속하다는 말 안에 이 제도의 장점과 한계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어떤 사건에서 신청할 수 있나
제25조 제1항은 대상 범죄를 조문 번호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형법 중에서는 제257조 제1항의 상해, 제258조 제1항·제2항의 중상해, 제258조의2 제1항·제2항의 특수상해 가운데 위 조문에 해당하는 부분, 제259조 제1항의 상해치사, 제262조의 폭행치사상(존속폭행치사상의 죄는 제외)이 들어갑니다. 존속에 대한 범죄가 모두 포함되는 것은 아니고 조문마다 범위가 다릅니다. 이어서 제26장 과실치사상의 죄,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제304조의 죄는 제외), 제38장부터 제40장까지의 절도와 강도, 사기와 공갈, 횡령과 배임의 죄, 제42장 손괴의 죄가 대상입니다.
여기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부터 제14조까지와 제14조의2·제14조의3, 제15조(제3조부터 제9조까지의 미수범은 제외), 그리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제12조·제14조·제15조의2의 죄가 포함됩니다. 또 제3호는 위 형법 조문들의 죄를 가중처벌하는 죄와 그 미수범을 대상으로 삼습니다. 특별법 범죄 전부가 다시 가중 유형으로 확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목록은 개정으로 바뀌어 왔으므로 적용 법령과 개정법의 시행일·부칙을 함께 확인하셔야 합니다.
목록에 없는 죄라도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닙니다. 제25조 제2항은 제1항에 규정된 죄와 그 밖의 죄에 대한 피고사건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합의된 손해배상액에 관하여도 배상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죄명과 관계없이 그 합의금에 대해 배상명령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제25조의2에 따라 검사는 제25조 제1항의 죄로 공소를 제기한 경우 지체 없이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배상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통지해야 합니다.
신청 방법과 기한
제26조 제1항은 피해자가 제1심 또는 제2심 공판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사건이 계속된 법원에 배상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리고 이 신청서에는 인지를 붙이지 않습니다. 민사소송이라면 청구금액에 따라 상당한 인지대를 내야 하는데, 배상신청에는 그 부담이 없습니다.
신청서에는 피고사건의 번호와 사건명, 사건이 계속된 법원, 신청인의 성명과 주소, 대리인이 있으면 그 성명과 주소, 상대방 피고인의 성명과 주소, 배상의 대상과 내용, 배상 청구 금액을 적고 서명·날인해야 합니다. 필요한 증거서류를 붙일 수 있고, 피고인 수만큼 부본도 함께 냅니다.
피해자가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경우에는 제5항에 따라 말로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공판조서에 신청 취지를 적습니다.
다만 제7항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같은 범죄행위로 인한 피해에 관하여 다른 절차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이미 법원에 계속 중이면 배상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민사소송을 먼저 내 두었다면 배상신청이라는 선택지는 닫힌다는 뜻입니다. 배상신청은 제8항에 따라 민사소송에서 소를 제기한 것과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
법원이 배상명령을 할 수 없는 경우
제25조 제3항은 배상명령을 해서는 안 되는 네 가지 경우를 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성명이나 주소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 피고인의 배상책임의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그리고 배상명령으로 공판절차가 현저히 지연될 우려가 있거나 형사소송 절차에서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것이 세 번째입니다. 손해액을 두고 다툼이 크거나 과실상계가 필요하거나 여러 사람의 책임이 얽혀 있으면 형사재판 안에서 간단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법원은 제32조 제1항에 따라 결정으로 배상신청을 각하해야 합니다.
대법원이 이 조항을 적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제1심이 편취금 1,500만 원의 지급을 명했는데, 항소심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피해를 회복받고 원만히 합의했으며 앞으로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제출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배상책임의 유무와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배상명령을 할 수 없다고 보아 제1심의 배상명령을 취소하고 신청을 각하했습니다(2017도4088). 다만 이는 피해 회복과 청구 포기까지 있었던 구체적 사안에 대한 판단입니다.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배상명령이 배제된다는 뜻은 아니므로, 합의의 내용과 실제 지급 여부, 남아 있는 배상의무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각하되었다고 해서 피해자가 배상받을 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절차에서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일 뿐이므로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절차상 막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나 변제, 청구 포기 같은 사정이 있었다면 그 민사소송에서 인정되는 범위는 달라집니다. 그리고 제32조 제4항은 각하하거나 일부만 인용한 재판에 대하여 신청인이 불복할 수 없고 같은 배상신청을 다시 할 수 없다고 정하므로, 그 절차 안에서는 더 다투지 못합니다.
선고와 효력
제31조 제1항은 배상명령을 유죄판결의 선고와 동시에 하도록 정합니다. 제2항에 따라 일정액의 금전 지급을 명하는 방식으로 하고, 배상의 대상과 금액을 유죄판결의 주문에 적습니다. 이유는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면 적지 않습니다.
제3항은 가집행할 수 있음을 선고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판결이 확정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집행할 수 있게 하여 피해 회복을 앞당기려는 취지입니다. 배상명령을 했을 때에는 제5항에 따라 유죄판결서 정본을 피고인과 피해자에게 지체 없이 송달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34조입니다. 확정된 배상명령이나 가집행선고가 있는 배상명령이 기재된 유죄판결서 정본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에 관하여 집행력 있는 민사판결 정본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별도의 민사판결 없이 그대로 압류 등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제2항에 따라 배상명령이 확정되면 피해자는 인용된 금액의 범위에서 다른 절차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인용액이 실제 손해에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면 그 차액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신청 단계에서 미리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피고인 입장에서 살펴야 할 점
재범방지교육센터를 찾으시는 분들 중에는 피고인의 자리에서 배상신청을 받아 든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확인하실 것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배상책임의 유무나 범위가 정말 명백한지입니다. 다투는 부분이 있다면 그 점을 밝혀 제25조 제3항 제3호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은 법원이 합니다.
둘째, 불복 방법입니다. 제33조 제5항은 피고인이 유죄판결에는 상소하지 않고 배상명령에 대해서만 상소 제기기간 안에 형사소송법에 따른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즉시항고를 제기한 뒤에 상소권자의 적법한 상소가 있으면 즉시항고는 취하된 것으로 봅니다.
한편 별도의 선택지로 제36조의 형사소송 절차에서의 화해가 있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그 사건과 관련된 민사상 다툼에 관하여 합의한 경우 변론 종결 전까지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서면으로 합의 사실을 공판조서에 적어 달라고 공동으로 신청할 수 있고, 그 공판조서는 민사소송법 제220조에 따라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피해 회복을 실제로 마쳤다는 사실은 형법 제51조의 양형 조건 가운데 범행 후의 정황으로도 함께 평가됩니다.
Q배상신청에 돈이 드나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제1항 후단은 배상신청서에 인지를 붙이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과 달리 청구금액에 따른 인지대 부담이 없습니다.
Q언제까지 신청할 수 있나요?›
제1심 또는 제2심 공판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입니다(제26조 제1항). 항소심에서도 변론이 끝나기 전이라면 신청할 수 있지만, 변론이 종결된 뒤에는 할 수 없으므로 기일 진행 상황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Q민사소송을 이미 냈는데 배상신청도 할 수 있나요?›
할 수 없습니다. 제26조 제7항은 그 범죄행위로 인한 피해에 관하여 다른 절차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법원에 계속 중일 때에는 배상신청을 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두 절차 가운데 어느 쪽으로 갈지 먼저 정하셔야 합니다.
Q배상신청이 각하되면 배상을 못 받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각하는 형사재판 안에서 판단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므로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나 변제 같은 사정이 있으면 민사소송에서 인정되는 범위는 달라집니다. 또 제32조 제4항에 따라 각하 재판에는 불복할 수 없고 같은 배상신청을 다시 하지는 못합니다.
Q배상명령을 받으면 바로 집행할 수 있나요?›
제34조 제1항은 확정된 배상명령이나 가집행선고가 있는 배상명령이 적힌 유죄판결서 정본이 강제집행에 관하여 집행력 있는 민사판결 정본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별도의 민사판결 없이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Q재판 중에 합의하면 배상명령은 어떻게 되나요?›
대법원은 피해자가 피해를 회복받고 앞으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낸 사안에서, 배상책임의 유무와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배상명령을 취소하고 신청을 각하했습니다(2017도4088). 다만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배상명령이 언제나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합의 내용과 실제 지급 여부, 남은 배상의무를 살펴야 하고, 합의된 미지급 손해배상액은 제25조 제2항에 따라 배상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자료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양형 판단은 사실관계, 증거, 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