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죄를 함께 재판받으면 형은 어떻게 정할까 — 경합범
동시적 경합범과 사후적 경합범
여러 죄의 형은 언제나 단순히 더하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판결하는 경합범은 형의 종류에 따라 가장 무거운 형으로 흡수하거나, 가중하거나, 병과합니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기 전에 범한 다른 죄를 나중에 판결할 때는 동시에 판결할 수 있었던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며, 감경이나 면제가 가능하지만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가 여러 건이면 형은 어떻게 되나
한 사람에게 여러 사건이 한꺼번에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기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중에 다른 사건이 추가로 기소되기도 하고, 이미 형이 확정된 뒤에 그 전에 저지른 일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걱정하시는 것은 각 사건의 형이 모두 더해지느냐입니다. 형법은 경합범이라는 제도로 이 문제를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함께 판결하는 경우와 이미 확정된 판결이 있는 경우를 나누고, 형의 종류에 따라 처리 방식도 달리합니다.
이 글은 경합범이 무엇인지, 함께 재판받을 때 형의 범위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이미 확정된 판결이 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조문과 대법원 판결로 정리합니다.
경합범은 두 갈래입니다
형법 제37조는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한다고 정합니다.
앞부분은 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여러 죄를 말합니다. 1심 판결을 이미 받았더라도 확정되기 전이라면 여기에 들어갈 수 있고, 이들을 동시에 판결할 때 제38조의 처벌 방식이 적용됩니다. 흔히 동시적 경합범이라고 부릅니다. 뒷부분은 이미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죄가 있고, 그 확정 전에 저지른 다른 죄를 나중에 재판하는 경우입니다. 흔히 사후적 경합범이라고 부릅니다.
뒷부분의 기준이 되는 판결은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입니다. 조문이 그렇게 정하고 있으므로 벌금형이 확정된 판결은 이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또 기준 판결이 확정된 뒤에 저지른 죄는 그 판결의 죄와 사후적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함께 재판받을 때의 세 가지 처리 방식
제38조 제1항은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의 처벌 방식을 세 가지로 나눕니다.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라면 그 형으로 처벌합니다(제1호).
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이나 무기가 아닌 같은 종류의 형이라면,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합니다. 다만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넘을 수 없습니다(제2호). 과료와 과료, 몰수와 몰수는 병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죄 모두 유기징역을 선택하고 다른 가중이나 감경이 없다고 할 때, 법정형의 장기가 5년인 죄와 3년인 죄를 함께 재판한다면 가장 무거운 5년에 2분의 1을 더한 7년 6개월까지가 상한이 되고, 이는 두 장기를 합한 8년을 넘지 않으므로 그대로 적용됩니다. 두 형을 모두 더한 8년이 상한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각 죄에 정한 형이 무기가 아닌 다른 종류의 형이라면 병과합니다(제3호). 그리고 제2항에 따라 징역과 금고는 같은 종류의 형으로 보아 징역형으로 처벌합니다.
한 번의 행위가 여러 죄라면
경합범과 구별해야 하는 것이 제40조의 상상적 경합입니다.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경합범은 여러 개의 행위로 여러 죄를 범한 경우이고, 상상적 경합은 한 개의 행위가 여러 죄에 걸치는 경우입니다. 상상적 경합에는 제38조의 가중이 적용되지 않고 가장 무거운 죄의 형이 기준이 됩니다. 사건이 하나의 행위인지 여러 행위인지부터 정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미 확정된 판결이 있다면
제39조 제1항은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고 정합니다.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습니다.
취지는 간단합니다. 두 사건을 처음부터 함께 재판받았다면 제38조에 따라 하나의 범위 안에서 형이 정해졌을 것입니다. 사건이 따로 드러났다는 우연 때문에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도록, 나중에 재판하는 법원이 앞선 판결과의 형평을 고려하라는 것입니다.
감경이나 면제는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두 사건의 관계와 앞선 형을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감경에도 한도가 있습니다
제39조 제1항에 따라 형을 감경할 때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다투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이 감경도 법률상 감경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고,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 미만으로는 감경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7도14609 전원합의체 판결).
제55조 제1항 제3호는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고 정합니다. 법정형에 하한이 있는 죄라면 제39조 제1항에 따른 한 차례의 감경으로는 그 하한도 절반까지만 내려간다는 뜻입니다. 다른 법률상 감경 사유나 정상참작감경이 있으면 형법 제56조가 정한 순서에 따라 따로 적용되므로, 최종 선고형의 하한은 이와 구별해서 보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사후적 경합범 감경과 정상참작감경이 함께 다루어졌습니다.
이 판결에는 두 갈래의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김재형·안철상·김선수 대법관은 사후적 경합범을 감경할 때에는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이기택 대법관은 감경 또는 면제를 하나의 개념으로 보아 처단형의 하한이 없어진다고 보았습니다. 이유는 달랐지만 모두 형기의 2분의 1보다 낮은 형으로도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현재의 기준은 다수의견입니다.
동시에 판결할 수 없었던 경우는 다릅니다
제39조 제1항의 형평 고려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두 죄를 동시에 판결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아직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제39조 제1항에 따라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하거나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9948 판결).
대표적인 예가 선거범죄입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죄와 다른 죄의 경합범을 분리해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판결이 확정된 다른 죄와 확정되지 않은 선거범죄는 동시에 판결할 수 없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3도12333 판결). 그 사건에서 형평을 고려해 형을 정한 원심은 파기되었습니다.
여러 개의 판결이 차례로 확정된 경우에도 어느 판결과 동시에 판결할 수 있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확정일과 범행일을 순서대로 늘어놓고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재판을 앞두고 확인할 것
첫째, 모든 사건의 범행일과 판결 확정일을 정리하십시오. 어느 판결이 금고 이상의 형인지, 그 확정 전의 범행인지가 경합범 여부를 가릅니다.
둘째, 앞선 판결이 벌금형인지 확인하십시오. 벌금형이 확정된 판결은 사후적 경합범의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셋째, 행위가 하나인지 여럿인지 정리하십시오. 상상적 경합인지 경합범인지에 따라 형의 범위를 정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넷째, 동시에 판결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선거범죄처럼 분리 선고 대상이 섞여 있으면 제39조 제1항의 형평 고려를 받을 수 없습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 재범방지교육센터는 여러 사건이 겹친 분들의 양형 자료를 범행 시점과 확정 판결의 관계부터 정리해 드립니다.
Q여러 죄를 지으면 형을 모두 더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함께 재판받는 경합범은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이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라면 그 형으로 처벌합니다.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 외의 같은 종류의 형이라면 가장 무거운 죄의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한 것을 넘을 수 없고, 무기징역·무기금고 외의 다른 종류의 형이라면 병과합니다.
Q벌금형 전과가 있어도 사후적 경합범이 되나요?›
형법 제37조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정합니다. 따라서 벌금형이 확정된 판결은 사후적 경합범의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Q이미 확정된 사건이 있으면 형이 줄어드나요?›
형법 제39조 제1항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할 수 있다는 규정이므로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두 죄를 동시에 판결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Q감경하면 얼마까지 줄어드나요?›
대법원은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감경도 법률상 감경이어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고, 유기징역은 그 형기의 2분의 1 미만으로 감경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7도14609 전원합의체 판결). 두 갈래로 모두 네 명의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Q한 번의 행동으로 여러 죄가 되면 어떻게 되나요?›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으로,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여러 행위로 여러 죄를 범한 경합범과 달리 제38조의 가중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자료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양형 판단은 사실관계, 증거, 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