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1·약 8분

형이 확정된 뒤에도 집행을 멈출 수 있나요 — 형집행정지

형사소송법 제470조·제471조

형이 확정되어 수감된 뒤에도 건강이나 연령 등 사유가 있으면 검사의 지휘로 집행을 정지할 수 있습니다. 심신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때는 반드시 정지해야 하고, 나머지 일곱 가지 사유는 검사의 재량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5월, 검사의 형집행정지 불허가 결정도 형사소송법 제489조의 이의신청 대상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신청권자와 심의위원회, 불허가 시 불복 방법을 조문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형집행정지의 사유와 불복 절차를 설명하는 법률 인포그래픽

반드시 멈추는 경우와 멈출 수 있는 경우

형이 확정되면 집행은 끝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아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은 집행을 멈추는 길을 두 갈래로 열어 두고 있습니다. 아래 설명은 2026년 9월 11일 현재의 조문을 기준으로 합니다.

먼저 제470조입니다. 징역, 금고 또는 구류의 선고를 받은 사람이 심신의 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는 때에는 형을 선고한 법원에 대응한 검찰청검사 또는 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의 현재지를 관할하는 검찰청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심신장애가 회복될 때까지 형의 집행을 정지합니다. 반드시 정지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다음이 제471조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같은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습니다. 정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차이가 실무에서 결과를 가릅니다. 앞의 경우는 요건이 갖추어지면 정지가 이루어지지만, 뒤의 경우는 사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지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일곱 가지 사유는 무엇인가

제471조 제1항이 정한 사유는 다음 일곱 가지입니다.

첫째,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입니다.

둘째, 연령 70세 이상인 때입니다. 셋째, 잉태 후 6월 이상인 때이고 넷째는 출산 후 60일을 경과하지 아니한 때입니다.

다섯째, 직계존속이 연령 70세 이상 또는 중병이나 장애인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입니다. 여섯째, 직계비속이 유년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입니다.

일곱째는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입니다.

다섯째와 여섯째를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본인의 건강이 아니라 돌볼 사람이 없는 가족의 사정도 사유가 됩니다. 다만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어야 하므로, 다른 가족이 돌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사유가 있으면 당연히 풀려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점을 가장 많이 오해하십니다.

제471조는 검사의 재량에 따른 정지 제도입니다. 그래서 각 호의 사유에 해당하는 사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허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뒤에서 보듯 신청과 건의의 통로가 있고, 불허가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이 인정됩니다.

절차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제471조 제2항은 검사가 그 지휘를 할 때 소속 고등검찰청검사장 또는 지방검찰청검사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담당 검사 한 사람의 판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건강 사유는 한 단계가 더 있습니다. 제471조의2는 제471조 제1항 제1호의 형집행정지와 그 연장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각 지방검찰청에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둔다고 정합니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은 학계와 법조계, 의료계, 시민단체 인사 등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 가운데 각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합니다.

정지 기간을 연장할 때에도 같은 위원회의 심의를 거칩니다. 한 번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연장이 필요하시면 정지 기간이 끝나기 전에 관할 검찰청에 절차를 확인하셔야 하고, 신청을 냈다는 사정만으로 정지가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Q본인이 아니어도 신청할 수 있나요?

형사소송법 제471조에는 누가 신청할 수 있는지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독한 상태의 수형자를 대신해 가족이 나설 길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5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재량행위라 하더라도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직권 발동을 촉구하는 것은 가능하고, 제471조도 수형자나 그 가족 등의 촉구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더 구체적인 근거는 하위 규범에 있습니다. 자유형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 제29조 제1항은 검사가 구치소 또는 교도소의 장, 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 또는 관계인으로부터 형집행정지의 건의나 신청이 있는 경우 그 사유를 조사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 경우 검사는 구치소나 교도소에 출장하여 현장 조사를 하되, 필요한 때에는 의무관이나 다른 의사로 하여금 감정을 하게 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여기의 관계인을 수형자의 신상 또는 형집행 상황과 관련하여 이해관계를 가지거나 이를 알릴 수 있는 사람을 포괄하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가족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교도관의 경우 직무상 수형자의 건강상태 등을 상시적으로 관찰하고 보고할 지위에 있으며,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소장에게 보고하거나 건의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정리하면 본인이 직접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가족이 사유를 알리고 심사를 촉구할 통로는 이미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규칙에 따른 건의·신청의 통로이고, 뒤에서 볼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와는 구분해서 보셔야 합니다.

Q거절당하면 어떻게 다투나요?

종전에는 이 부분이 가장 막막했습니다. 신청권이 법률에 적혀 있지 않으면 거부행위의 처분성이 부정될 수 있어 행정소송으로 다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5월 다른 길을 확인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89조는 재판의 집행을 받은 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나 배우자가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이 부당함을 이유로 재판을 선고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리고 제491조는 그 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결정을 하여야 하고, 그 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헌법재판소는 형사소송법이 이의신청 대상인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의 범위에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형집행정지신청에 대한 검사의 불허가 결정을 다툴 별도의 구제절차를 규정한 법령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471조에 따른 임의적 형집행정지와 관련하여 검사가 한 처분 역시 제489조의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임의적 형집행정지 사유가 있는데도 검사가 직권으로 지휘하지 않거나 직권 발동을 구하는 신청을 거부한 경우에는 제489조에 따른 이의신청으로 불복할 수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26. 5. 21. 선고 2022헌마1226 전원재판부 결정).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제489조가 정한 재판의 집행을 받은 자와 그 법정대리인, 배우자입니다. 가족이면 누구나 독립해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규칙에 따라 사유를 알리고 심사를 촉구하는 것과, 법률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는 것은 서로 다른 절차입니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의 헌법소원은 모두 각하되었는데, 이유가 부분마다 달랐습니다. 불허가결정에 대한 청구 부분은 제489조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쳤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어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였고, 형사소송법 조항과 규칙 조항에 대한 청구 부분은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으며, 확정판결들에 대한 청구 부분은 그 사건에 적용되는 구법상 재판소원이 제한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결정이 불허가 자체가 정당하다고 확인한 것으로 읽으시면 안 됩니다. 불허가 결정을 받으셨다면 곧바로 헌법소원을 떠올리기보다 이의신청부터 하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Q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건강 사유라면 진단명만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닙니다. 검사가 현장 조사를 하고 필요하면 의사에게 감정을 맡기므로, 교정시설 안에서 치료가 가능한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그래서 자료는 두 방향으로 준비하셔야 합니다. 하나는 질병의 경과와 현재 상태, 앞으로 필요한 치료를 보여 주는 의무기록입니다. 다른 하나는 교정시설의 의료 여건으로는 그 치료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필요한 시술이나 장비, 치료 주기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야 합니다.

가족 돌봄 사유라면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다는 점이 중심입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함께 다른 가족의 거주지, 건강상태, 돌봄이 불가능한 사정을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정지 이후의 생활계획을 함께 내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에서 지내며 누가 관리하고 어떤 치료를 받을지가 분명할수록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재범방지교육을 수료했다는 사정 자체가 형집행정지의 법정 사유는 아니며 허가를 보장하지도 않습니다. 건강이나 가족 사정 등 해당 법정 사유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우선이고, 교육 수료나 치료 참여 기록은 이를 보완하는 자료로 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형집행정지는 형이 없어지는 제도가 아닙니다. 사유가 사라지면 남은 형의 집행이 다시 시작됩니다. 정지 기간 중의 생활이 이후 연장 심의에서 그대로 자료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