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치료명령은 어떤 경우에 붙을까 — 성충동 약물치료의 요건과 한계
청구 요건과 법원이 신중하게 보는 지점
성폭력 사건에서 형 외에 약물치료명령이 함께 청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서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는 19세 이상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검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이나 감정을 받은 후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청구해야 합니다. 법원은 15년의 범위에서 치료기간을 정해 선고하며, 무죄(심신상실을 이유로 치료감호가 선고된 경우는 제외합니다)·면소·공소기각이나 벌금형, 선고유예·집행유예의 경우에는 청구를 기각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장기간의 형 집행이 예정된 사람에게는 추가 조치가 불가피한 경우에만 부과해야 하고, 치료감호와 함께 선고하려면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도 여전히 필요할 만큼 상당한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요건과 한계를 조문과 판례로 정리해 드립니다.

약물치료명령은 형벌이 아니라 보안처분입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형이 선고될 때 다른 처분이 함께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취업제한명령,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그렇고, 그 가운데 하나가 약물치료명령입니다.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는 성충동 약물치료를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서 성도착증 환자에게 약물 투여 및 심리치료 등의 방법으로 도착적인 성기능을 일정기간 동안 약화 또는 정상화하는 치료라고 정의합니다.
대법원은 이 처분의 성격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원칙적으로 형 집행 종료 후 신체에 영구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약물의 투여를 피청구자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상당 기간 실시한다는 점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침익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4도17853 판결). 이 성격 규정이 뒤에 나오는 모든 제한의 출발점입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하나
같은 법 제4조 제1항은 대상을 세 가지 조건으로 좁혀 두었습니다.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일 것,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될 것, 그리고 19세 이상일 것입니다. 검사는 이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 치료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성도착증 환자가 무엇인지도 법에 있습니다. 제2조 제1호는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는 사람,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정에 의하여 성적 이상 습벽으로 인하여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판명된 사람이라고 정합니다.
여기서 성폭력범죄의 범위도 제2조 제2호에 열거되어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부터 제10조까지의 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부터 제13조까지의 죄와 일부 미수범, 형법의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간·준강제추행·강간등 상해·치상·강간등 살인·치사·미성년자등에 대한 간음·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강도강간 등이 들어갑니다. 이 죄들로 다른 법률에 따라 가중 처벌되는 죄도 포함됩니다.
조건이 모두 갖추어져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성폭력범죄로 유죄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청구에는 절차와 기한이 있습니다
제4조 제2항은 검사가 치료명령 피청구자에 대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이나 감정을 받은 후 치료명령을 청구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진단이나 감정 없이 곧바로 청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제3항은 기한을 정합니다. 치료명령의 청구는 공소가 제기되거나 치료감호가 독립청구된 성폭력범죄사건의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하여야 합니다. 상고심에서 새로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제4항은 법원이 피고사건의 심리 결과 치료명령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 검사에게 치료명령의 청구를 요구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법원이 직접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청구를 요구하는 구조입니다.
제5항은 제척기간입니다. 피고사건에 대하여 판결의 확정 없이 공소가 제기되거나 치료감호가 독립청구된 때부터 15년이 지나면 치료명령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법원이 청구를 기각해야 하는 경우
제8조 제3항은 법원이 판결로 치료명령 청구를 기각하여야 하는 경우를 네 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치료명령 청구가 이유 없다고 인정하는 때입니다. 둘째, 피고사건에 대하여 무죄, 면소, 공소기각의 판결 또는 결정을 선고하는 때입니다. 다만 심신상실을 이유로 치료감호가 선고된 경우는 제외됩니다. 셋째, 피고사건에 대하여 벌금형을 선고하는 때입니다. 넷째, 피고사건에 대하여 선고를 유예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때입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를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치료명령은 붙지 않습니다. 본형의 무게가 치료명령의 문턱과 연결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제1항은 법원이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 15년의 범위에서 치료기간을 정하여 판결로 치료명령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치료기간 동안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호관찰을 받는다고 정합니다. 약물치료와 보호관찰이 함께 따라옵니다.
장기간의 형이 예정된 사람에게는 더 엄격합니다
대법원이 요건을 좁힌 지점입니다. 앞서 본 2014도17853 판결은 치료명령이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침익적인 처분이라고 전제한 다음, 장기간의 형 집행이 예정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형 집행에도 불구하고 재범의 방지, 사회복귀의 촉진과 국민의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이를 부과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시점에 있습니다. 집행이 석방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제14조 제3항은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가석방되는 경우, 또는 치료감호의 집행이 종료·가종료 또는 치료위탁으로 석방되는 경우 보호관찰관이 석방되기 전 2개월 이내에 치료명령을 집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위 판결이 원칙적으로 형 집행 종료 후의 처분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런 구조를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긴 형이 선고된 사람이라면, 판결 당시의 상태가 아니라 형을 마치고 나올 시점의 상태가 문제 됩니다. 재판 시점의 평가만으로는 그 시점의 위험성을 말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치료감호와 함께 청구된 경우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정신성적 장애인은 치료감호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치료명령의 대상인 성도착증 환자의 한 유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치료감호와 치료명령이 함께 청구되는 일이 생깁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에 조건을 더 붙였습니다. 치료감호는 수용기간을 한도로 피치료감호자가 치유되어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없을 때 종료되는 것이 원칙인 점, 두 처분이 함께 선고되면 치료감호에서 석방되기 전 2개월 이내에 치료명령이 집행되는 점 등을 들어, 치료감호를 통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도 여전히 약물치료가 필요할 만큼 재범 위험성이 있고 피청구자의 동의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상당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치료감호와 함께 치료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도6930 판결, 위 2014도17853 판결).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도 참고가 됩니다. 2014도17853 사건의 피고인은 주거에 침입해 강간하거나 흉기로 위협해 강간하는 등 여러 차례 범행으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고, 정신감정에서 관음증 환자로 진단되었으며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도 중간 내지 높음 수준으로 평가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치료명령 부분을 파기했습니다. 정신감정서와 청구전조사서의 기재는 감정 또는 조사시점에서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한 것으로 보일 뿐 치료명령의 집행시점, 곧 치료감호가 종료되는 시점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또 정신성적 장애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서는 치료감호소에서의 적절한 치료를 통해 장애가 치유되거나 개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치료감호를 통해 실시할 구체적인 치료의 내용과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효과, 치료감호 후에도 치료명령이 필요한 이유와 예상되는 기간 등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는데 그런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피고사건과 치료감호청구사건, 부착명령청구사건에 대한 상고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징역 22년과 치료감호는 그대로 두고 치료명령 부분만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낸 것입니다.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되지 않습니다
오해가 많은 부분입니다. 치료명령을 받아들이면 형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법은 반대로 정해 두었습니다.
제8조 제6항은 치료명령의 선고는 피고사건의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치료명령이 붙었으니 형을 가볍게 한다는 식의 거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상소에 관한 규정도 알아 두실 만합니다. 제8조 제7항은 피고사건의 판결에 대하여 상소 및 상소의 포기·취하가 있는 때에는 치료명령 청구사건의 판결에 대하여도 같은 것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다만 제8항은 검사나 치료명령 피청구자 등이 치료명령에 대하여 독립하여 상소하거나 상소를 포기·취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형은 다투지 않고 치료명령만 다투는 것이 가능합니다.
치료명령이 청구되었다면 무엇을 준비할까요
첫째, 진단과 감정의 내용을 확인하십시오. 제4조 제2항이 요구하는 절차가 실제로 지켜졌는지, 감정이 무엇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가 출발점입니다.
둘째, 평가의 시점을 따지십시오. 대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든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감정과 조사가 재판 시점의 상태를 본 것인지, 형 집행이나 치료감호가 끝나는 시점의 상태를 본 것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셋째, 치료감호가 함께 청구되었다면 치료감호를 통한 치료 내용과 기대 효과에 관한 자료를 갖추십시오. 대법원이 중요한 고려요소로 든 항목입니다.
넷째, 본형의 종류를 함께 보십시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유예가 선고되면 제8조 제3항에 따라 치료명령 청구는 기각됩니다. 본형에 관한 주장이 치료명령의 결론과 이어져 있습니다.
다섯째, 독립 상소를 검토하십시오. 형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더라도 치료명령에 대해서만 다툴 수 있는 길이 제8조 제8항에 열려 있습니다.
Q약물치료명령은 성폭력범죄면 모두 붙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19세 이상의 사람을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세 조건이 모두 갖추어져야 하고, 성도착증 환자에 해당하는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정 등을 통해 판단합니다.
Q집행유예를 받아도 약물치료명령이 붙을 수 있나요?›
붙지 않습니다. 같은 법 제8조 제3항 제4호는 피고사건에 대하여 선고를 유예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때에는 법원이 판결로 치료명령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항 제3호에 따라 벌금형을 선고하는 때에도 기각 대상입니다.
Q형이 긴 경우에는 오히려 더 쉽게 붙는 것 아닌가요?›
반대입니다. 대법원은 장기간의 형 집행이 예정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형 집행에도 불구하고 재범의 방지와 사회복귀의 촉진, 국민의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치료명령을 부과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4도17853 판결). 형을 마치고 나올 시점의 위험성을 따로 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Q치료감호를 받는데 약물치료까지 함께 받게 되나요?›
함께 청구될 수는 있지만 요건이 더 엄격합니다. 대법원은 치료감호를 통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도 여전히 약물치료가 필요할 만큼 재범 위험성이 있고, 동의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상당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치료감호와 함께 치료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도6930 판결).
Q치료명령만 따로 다툴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같은 법 제8조 제8항은 검사 또는 치료명령 피청구자 및 형사소송법 제340조·제341조에 규정된 사람이 치료명령에 대하여 독립하여 상소 및 상소의 포기·취하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형에 관한 판단은 다투지 않으면서 치료명령 부분만 다투는 것이 제도적으로 열려 있습니다.
Q치료명령은 언제부터 집행되나요?›
형이나 치료감호에서 풀려나기 직전입니다. 같은 법 제14조 제3항은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가석방되는 경우, 또는 치료감호의 집행이 종료·가종료 또는 치료위탁으로 석방되는 경우 보호관찰관이 석방되기 전 2개월 이내에 치료명령을 집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집행 방법은 제14조 제1항에 따라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한 약물 투여와 전문가에 의한 인지행동 치료 등 심리치료 프로그램의 실시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자료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양형 판단은 사실관계, 증거, 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