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2·약 8분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형법 제62조의2·제63조·제64조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유예기간 중에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유예기간 안에 확정되면 집행유예는 효력을 잃습니다.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수강명령을 받은 사람이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우면 선고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취소가 집행유예 기간 중에만 가능하다는 시간적 한계를 분명히 했습니다. 실효와 취소의 차이, 절차와 다툴 지점을 조문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집행유예의 실효와 취소 요건을 설명하는 법률 인포그래픽

실효와 취소는 다릅니다

집행유예가 없어지는 길이 둘인데, 이름이 비슷해 자주 섞여 쓰입니다. 아래 설명은 2026년 9월 12일 현재의 조문을 기준으로 합니다.

먼저 형법 제63조가 정한 실효입니다.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사람이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는 효력을 잃습니다.

여기서 조건을 하나씩 보셔야 합니다. 유예기간 중에 범한 죄여야 하고, 고의범이어야 하며, 금고 이상의 실형이어야 하고, 그 판결이 확정되어야 합니다. 과실범이거나 벌금형이거나 다시 집행유예가 붙은 경우에는 이 조문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시점도 중요합니다. 유예기간 중에 고의로 범한 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유예기간 안에 확정되어야 실효됩니다. 반대로 실효나 취소 없이 유예기간이 지나면 제65조에 따라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습니다. 그러므로 기간 중에 범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후 언제든 종전 형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효는 별도의 집행유예 취소결정 없이 조건이 갖추어지면 효력을 잃는 구조입니다. 다만 새 범죄에 관한 법원 판결의 확정은 필요하고, 실효 요건을 충족했는지나 집행에 관한 처분을 다툴 여지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효되면 유예되어 있던 종전 형도 집행 대상이 되고, 새 범죄에 대해 확정된 형은 그와 별도로 집행됩니다.

다음이 제64조가 정한 취소입니다. 이쪽은 법원이 결정으로 취소하는 구조이고, 사유도 다릅니다.

취소 사유는 두 갈래입니다

제64조 제1항은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제62조 단서의 사유가 발각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한다고 정합니다.

제62조 제1항 단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즉 애초에 집행유예를 붙일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난 경우입니다. 이때는 취소한다고 되어 있어 법원의 재량이 없습니다.

제64조 제2항은 다릅니다. 제62조의2에 따라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한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이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쪽은 취소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법원이 판단합니다.

제62조의2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 법원은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거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할 수 있습니다. 보호관찰의 기간은 집행을 유예한 기간으로 하되 법원이 유예기간의 범위에서 따로 정할 수 있고, 사회봉사명령이나 수강명령은 집행유예기간 내에 집행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제64조 제2항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3. 6. 27. 선고 2012헌바345 전원재판부 결정).

Q형사재판이 따로 있어야 취소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형법 제62조의2에 따라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한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이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하고 그 위반사실이 범죄행위가 되는 경우, 그 범죄에 대한 형사절차와는 별도로 집행유예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9. 3. 10.자 99모33 결정).

즉 새로운 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거나 아직 기소되지 않았더라도, 준수사항 위반이라는 사실이 인정되고 그 정도가 무거우면 취소 절차가 따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절차는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47조 제1항이 정합니다. 형법 제64조 제2항에 따른 집행유예의 취소는 검사가 보호관찰소의 장의 신청을 받아 법원에 청구합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그 절차에는 형사소송법 제335조를 준용합니다.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보호관찰 출석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 보호관찰소장의 신청으로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Q준수사항은 누구에게나 같은가요?

같지 않습니다. 이 구분이 실제 사건에서 결론을 바꿉니다.

먼저 오해를 하나 풀어야 합니다. 보호관찰 없이 사회봉사나 수강명령만 받은 사람에게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하는 것 자체가 일률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도 그러한 부과가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했습니다.

문제는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보호관찰과 사회봉사·수강명령이 성질이 다르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보호관찰은 기간 동안 바른 생활을 영위할 것을 요구하는 추상적 조건이거나 악행을 하지 말라는 소극적 조건인 반면, 사회봉사명령과 수강명령은 특정 시간 동안의 적극적인 작위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봉사·수강명령 대상자에 대한 특별준수사항은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것과 같을 수 없고, 보호관찰 대상자용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9. 3. 30.자 2008모1116 결정).

같은 결정은 취소 판단의 기준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집행유예의 취소는 자유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사회봉사·수강명령의 실패와 다름없으므로, 그 목적을 도저히 달성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호관찰 대상자용 특별준수사항을 만연히 부과한 뒤 재범을 취소 사유로 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보아, 그 기준을 일탈했다는 이유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했습니다.

그래서 취소청구를 받으셨다면 먼저 판결문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보호관찰이 함께 명해졌는지, 사회봉사나 수강명령만 명해졌는지, 어떤 특별준수사항이 붙었는지에 따라 위반으로 삼을 수 있는 항목과 그 무게가 달라집니다.

기간이 지나면 취소할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최근 대법원이 이 한계를 분명히 했습니다.

대법원은 취소 심리 도중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기 때문에 더 이상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 없고 취소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취소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나 재항고 상태에서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한 때에도 같습니다. 이처럼 집행유예의 선고 취소는 집행유예 기간 중에만 가능하다는 시간적 한계가 있습니다(대법원 2023. 6. 29.자 2023모1007 결정).

이 사건에서는 제1심이 취소 결정을 했고 항고와 재항고를 거치는 사이에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제1심결정을 취소한 뒤 취소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같은 결정은 절차 보장도 함께 짚었습니다. 법원은 취소 청구서 부본을 지체 없이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에게 송달하여야 하고, 원칙적으로 본인이나 대리인의 의견을 물은 후에 결정을 하여야 합니다. 항고법원도 원칙적으로 항고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발송하고 송달을 확인한 다음 결정을 하여야 합니다.

정리하면 법원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되 의견을 말할 기회는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취소청구를 받으신 분 입장에서는 의견서와 자료를 빠짐없이 내는 것이 그대로 절차상 권리입니다.

Q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취소청구를 받으셨다면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판결문에서 무엇이 명해졌는지 확인합니다. 보호관찰인지 사회봉사명령인지 수강명령인지, 시간은 얼마인지, 유예기간은 언제까지인지를 적어 둡니다. 앞서 본 판단들이 모두 여기에서 갈립니다.

다음으로 이행 내역을 정리합니다. 사회봉사를 며칠 했고 수강을 몇 시간 들었는지, 남은 분량이 얼마인지를 숫자로 보여 주셔야 합니다.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경우와 상당 부분 이행한 경우는 위반의 정도 판단에서 다르게 평가됩니다.

그리고 이행하지 못한 사유를 자료로 남깁니다. 질병이나 입원, 가족 간병, 근무 일정처럼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사정이 있다면 진단서나 재직증명서, 근무표가 필요합니다. 사정을 말로만 설명하시면 위반의 정도를 다투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이행 계획을 냅니다. 남은 유예기간 안에 언제 어떻게 마칠 것인지가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위반의 정도가 무거운지를 판단할 때 이후의 태도도 함께 살펴보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유예기간 중에 새로운 죄를 짓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제63조의 실효는 별도의 취소결정 없이 적용되기 때문에, 취소와 달리 다툴 여지가 훨씬 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