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약 8분

도와주기만 했다면 — 방조범의 성립과 형의 필요적 감경

성립·고의·감경

형법 제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사람을 종범으로 처벌하되 법률상 감경을 하도록 정하고, 대법원은 이를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필요적 감경사유로 봅니다. 방조자에게는 정범의 실행을 돕는다는 인식과 정범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인식이 필요하지만, 범행 내용은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고, 범행이 끝난 뒤의 도움은 방조가 아닙니다.

방조범의 성립과 형의 감경을 설명하는 법률 인포그래픽

직접 하지 않았는데 처벌된다면

계좌를 만들어 넘겨주었을 뿐이다, 부탁을 받고 잠깐 도와주었을 뿐이다, 범행은 다른 사람이 했다는 말은 형사사건에서 자주 나옵니다. 직접 범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범행을 도왔다면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한편 형법 제32조 제2항은 종범에 대해 법률상 감경을 하도록 정합니다. 정범의 실제 선고형과 단순히 비교하는 규정은 아니지만, 같은 사건에서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는지 방조범으로 인정되는지에 따라 형의 범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 글은 방조범이 언제 성립하는지, 고의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형은 어떻게 감경되는지를 조문과 대법원 판결로 정리합니다.

방조란 무엇인가

형법 제32조 제1항은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를 종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흔히 방조범이라고 부릅니다.

대법원은 방조행위를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의 모든 행위라고 설명합니다. 물건이나 수단을 제공하는 유형적·물질적 방조뿐 아니라, 정범의 범행 결의를 강화하는 무형적·정신적 방조도 포함됩니다. 정범이 실행하는 도중은 물론 실행에 착수하기 전에 장래의 실행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도 방조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2도649 판결).

반면 정범의 범죄가 이미 끝난 뒤에 도와주는 이른바 사후방조는 종범으로 볼 수 없습니다. 같은 판결이 이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범행 전에 도움을 약속해 범행 결의를 강화했다면 실제 도움이 범행 뒤에 이루어졌더라도 실행 전의 정신적 방조가 문제 될 수 있으므로, 실행 전이나 도중의 방조가 있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고의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방조범에게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는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모두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쉽게 말해 방조자 자신에게 두 가지 인식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행위로 정범의 실행을 돕는다는 인식, 그리고 정범이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입니다.

다만 뒤의 인식은 정범이 실현할 범죄의 구체적 내용까지 알 필요는 없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충분합니다. 이는 범행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돕는 것을 말하며, 단순히 알 수 있었거나 주의했어야 한다는 과실과는 다릅니다. 피고인이 고의를 부인하면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모아 판단합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2도649 판결).

그 사건에서 피고인은 보이스피싱에 쓰인다는 사정을 알면서 유령법인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전달·유통했고, 이후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달책 역할까지 승낙했습니다. 대법원은 앞의 행위는 실행 착수 전부터 장래의 범행을 용이하게 한 유형적 방조이고, 전달책 역할을 승낙한 것은 범행 결의를 강화한 정신적 방조라며 사기죄의 종범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형은 반드시 감경합니다

형법 제32조 제2항은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정합니다. '감경할 수 있다'가 아니라 '감경한다'로 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형법의 감경 규정을 정리하면서 방조범을 농아자와 함께 형의 필요적 감경사유로 분류했습니다(대법원 2021. 1. 21. 선고 2018도5475 전원합의체 판결). 필요적 감경사유가 인정되면 법원은 반드시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법률상 감경을 해야 합니다.

제55조 제1항은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벌금을 감경할 때에는 그 다액의 2분의 1로 한다고 정합니다. 감경은 정범의 죄에 정해진 형, 곧 법정형을 출발점으로 하여 처단형의 범위를 정하는 단계에서 이루어집니다.

다른 가중·감경 사유까지 법정 순서에 따라 반영해 처단형의 범위를 정한 뒤, 그 범위 안에서 양형 사정을 고려해 선고형을 정합니다.

감경되지 않는 방조도 있습니다

형법 제34조 제1항은 어떤 행위로 처벌되지 않는 자나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를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합니다.

제2항은 자기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제1항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를 따로 정합니다. 이때 방조한 자는 정범의 형으로 처벌합니다. 제32조 제2항처럼 감경된 형이 아니라 정범의 형으로 처벌된다는 뜻입니다.

범인이 스스로 방조한 경우

범인이 자기 자신을 도피시키는 행위는 형법 제151조 제1항의 범인도피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 허위로 자백하려 할 때 범인이 이를 도우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은 2026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범인을 위해 타인이 허위로 자백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하는 것을 범인 스스로 방조하는 경우에는 방어권 남용으로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한다는 종전 법리를 유지했습니다(대법원 2026. 6. 18. 선고 2025도11170 전원합의체 판결). 그 사건에서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피고인은 동승자가 자기가 운전한 것으로 해 주겠다고 하자 이에 동의해 자리를 바꾸고, 보험회사에 동승자가 운전했다고 말했습니다. 동승자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이 운전했다고 말하며 음주측정에 응했습니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다섯 명의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현재의 기준은 다수의견입니다.

재판을 앞두고 확인할 것

첫째, 자신의 역할이 방조인지 공동실행인지 정리하십시오. 제32조 제2항이 적용되는 종범으로 인정되면 필요적 감경이 적용되므로, 어떤 행위를 언제 했는지가 형의 범위를 좌우합니다.

둘째,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를 시점별로 정리하십시오. 정범의 범행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한 시점 이후의 도움은 방조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정범의 범행이 끝난 뒤의 행위인지 확인하십시오. 범행 종료 후의 도움은 방조가 아닙니다. 다만 범인도피처럼 그 자체로 별개의 죄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넷째, 공소장의 적용 법조를 확인하십시오. 형법 제32조가 적용되었는지, 정범으로 기소되었는지에 따라 다툴 지점이 달라집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 재범방지교육센터는 여러 사람이 관여한 사건에서 각자의 역할과 인식 시점을 정리해 양형 자료를 준비해 드립니다.

Q방조범은 형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제32조 제2항이 적용되는 종범이라면 반드시 법률상 감경을 합니다. 정범이 실제로 선고받은 형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기징역은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그 형기의 2분의 1로, 벌금은 제6호에 따라 그 다액의 2분의 1로 합니다. 감경은 정범의 죄에 정해진 형을 출발점으로 합니다.

Q범행이 끝난 뒤에 도와준 것도 방조인가요?›

아닙니다. 대법원은 정범의 범죄 종료 후의 이른바 사후방조는 종범으로 볼 수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2도649 판결). 다만 범인을 숨기거나 도피시키는 행위는 범인은닉·도피죄 등 별개의 죄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범행 전에 도움을 약속해 범행 결의를 강화한 경우에는 실행 전의 정신적 방조가 있었는지도 따로 살펴야 합니다.

Q범행 내용을 자세히 몰랐어도 방조가 되나요?›

될 수 있습니다. 방조자에게는 자신의 행위로 정범의 실행을 돕는다는 인식과 정범이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다만 대법원은 정범의 범행 내용을 세세하게 알 필요까지는 없고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단순히 알 수 있었다는 정도의 과실과는 다릅니다.

Q말로만 격려한 것도 방조인가요?›

방조에는 물건이나 수단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정범의 범행 결의를 강화하는 무형적·정신적 방조도 포함됩니다. 다만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을 용이하게 한 것이어야 합니다.

Q음주운전 후 동승자가 대신 운전했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허위로 자백한 동승자는 범인도피죄가 문제 될 수 있고, 이에 동의하고 도운 운전자도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6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법리를 유지했습니다(대법원 2026. 6. 18. 선고 2025도11170 전원합의체 판결). 음주운전죄는 그와 별도로 처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