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했더니 집행유예에 벌금이 붙었다면 — 불이익변경금지와 형의 경중
더 무거운 형의 판단
불이익변경금지는 피고인만 또는 피고인을 위하여 상소한 사건에서 원심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하게 하는 원칙입니다. 대법원은 형의 경중을 주문을 개별적·형식적으로가 아니라 전체적·실질적으로 따지고, 형법상 형의 경중을 일응의 기준으로 하되 병과형, 부가형, 집행유예, 노역장 유치기간 등 주문 전체를 고려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실형이 집행유예로 바뀌었는데도 벌금이 새로 붙어 더 무겁다고 본 판결이 있습니다.

형이 줄어든 것 같은데 더 무겁다는 판단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더니 항소심이 집행유예를 붙여 주면서 벌금을 새로 함께 선고했다면, 형이 가벼워진 것일까요, 무거워진 것일까요.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이라면 이 질문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어긋나는지의 문제가 됩니다.
대법원은 이런 비교를 주문의 한 부분만 떼어 보지 않고 주문 전체를 놓고 실질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가벼워 보이는 변경이 더 무겁다고 판단되기도 하고, 새로운 처분이 추가되었는데도 불이익하지 않다고 판단되기도 합니다.
불이익변경금지란
형사소송법 제368조는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제396조 제2항은 상고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에도 이 규정을 준용합니다.
대법원은 이 원칙이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하려는 것으로서, 피고인만이 또는 피고인을 위하여 상소한 상급심에서는 피고인이 같은 범죄사실에 대하여 이미 선고받은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합니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도11361 판결).
약식명령에 대해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에는 현재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가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고,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불이익변경금지에서 형의 경중은 주문 전체로 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할 때 주문을 개별적·형식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실질적으로 고찰하여 형의 경중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1998. 3. 26. 선고 97도1716 전원합의체 판결).
그 뒤 대법원은 선고된 형이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에 관한 판단은 형법상 형의 경중을 일응의 기준으로 하되, 병과형이나 부가형, 집행유예, 미결구금일수의 통산, 노역장 유치기간 등 주문 전체를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도2136 판결).
실형이 집행유예로 바뀌었는데도 더 무겁다고 본 사건
뇌물수수 사건에서 1심은 징역 1년 6월과 추징을 선고했고 피고인만 항소했습니다. 항소심은 1심이 빠뜨린 필요적 벌금형 병과 규정을 적용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같은 금액의 추징과 함께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징역형만 놓고 보면 집행유예가 붙은 항소심이 가볍다고 할 수 있지만, 1심이 선고하지 않은 벌금 5천만원을 병과했으므로 집행유예의 실효나 취소 가능성, 벌금 미납 시 노역장 유치 가능성과 그 기간 등을 전체적·실질적으로 고찰하면 항소심의 형이 더 무거워 피고인에게 불이익하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2도7198 판결).
추징이 빠졌는데도 더 무겁다고 본 사건
관세법 위반 사건에서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 추징 약 4억 3천만원을 선고했고 피고인만 항소했습니다. 항소심은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 벌금 5천만원을 선고하고 추징은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집행유예 기간과 사회봉사 시간이 줄고 추징이 빠졌더라도, 1심에 없던 벌금 5천만원이 병과되었으므로 추징금과 벌금의 액수, 벌금 미납 시의 노역장 유치 가능성과 그 기간 등을 전체적·실질적으로 고찰하면 항소심의 형이 더 무거워 피고인에게 불이익하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도11361 판결). 금액만 비교하면 추징이 훨씬 컸지만, 벌금에는 미납하면 노역장에 유치될 수 있다는 점이 함께 고려된 것입니다.
추징이 추가되었는데도 불이익하지 않다고 본 사건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1심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환송 전 항소심은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했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뒤 환송 후 항소심은 벌금 4천만원과 추징 약 1천648만원의 선고를 모두 유예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주형을 제1심의 징역형 집행유예나 환송 전 항소심의 징역형 선고유예에서 벌금형의 선고유예로 가볍게 한 점에 비추어, 선고를 유예한 추징을 새로 추가했더라도 전체적·실질적으로 볼 때 형이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98. 3. 26. 선고 97도1716 전원합의체 판결).
벌금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바뀐 경우
피고인만 항소한 두 사건을 항소심이 병합해 심리한 사안에서, 한 사건의 1심 형은 벌금 100만원이었는데 항소심은 그 죄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그 죄에 대해 벌금형을 선택하고 다른 사건 중 유죄로 인정한 부분과 경합범으로 처단해 1심 벌금형들을 합한 범위 안에서 하나의 벌금형을 선고했어야 한다고 보고, 벌금 100만원보다 무거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다른 유죄 부분과 하나의 형을 선고해야 하는 경합범 관계이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 전부를 파기환송했습니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9도14557 판결).
항소를 검토할 때 확인할 것
첫째, 검사도 항소했는지 확인하십시오. 불이익변경금지는 피고인만 또는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한 사건에 적용되므로, 검사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취지로 항소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둘째, 1심 주문 전체를 정리해 두십시오. 징역이나 벌금뿐 아니라 집행유예 기간, 사회봉사·수강명령, 추징, 노역장 유치 기준이 모두 비교의 대상이 됩니다.
셋째, 1심이 필요적 병과 규정 등을 빠뜨렸는지 살펴보십시오. 항소심이 이를 바로잡더라도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주문 전체로 보아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넷째, 항소심 선고 후에는 주문 전체를 1심과 비교해 실질적으로 더 무거워졌는지 확인하십시오. 불이익변경금지 위반은 상고로 다툴 수 있는 사유가 됩니다.
Q불이익변경금지는 언제 적용되나요?›
형사소송법 제368조에 따라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한 사건에 적용되고, 제396조 제2항에 따라 상고법원이 파기 후 직접 판결하는 경우에도 준용됩니다. 검사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취지로 상소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Q실형이 집행유예로 바뀌면 무조건 가벼워진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징역 1년 6월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바뀌었지만 벌금 5천만원이 새로 병과된 사건에서 항소심의 형이 더 무겁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2도7198 판결).
Q추징이 빠지고 벌금이 붙으면 어떻게 보나요?›
추징금과 벌금의 액수뿐 아니라 벌금 미납 시 노역장 유치 가능성과 그 기간까지 함께 봅니다. 대법원은 약 4억 3천만원의 추징이 빠지고 벌금 5천만원이 붙은 사건에서 형이 더 무거워졌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도11361 판결).
Q약식명령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형이 무거워질 수 있나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에 따라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은 선고할 수 없습니다. 같은 종류의 형에서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Q새로운 처분이 추가되면 항상 불이익인가요?›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주형을 징역형의 집행유예에서 벌금형의 선고유예로 가볍게 하면서 추징의 선고유예를 추가한 경우 전체적·실질적으로 불이익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8. 3. 26. 선고 97도1716 전원합의체 판결).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자료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양형 판단은 사실관계, 증거, 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