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7·약 6분

차단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을 뿐이라면 — 전기통신 접근금지 잠정조치 위반과 죄수

차단된 전화와 잠정조치 위반

상대방이 번호를 차단해 부재중 문구나 수신차단 표시만 남았더라도, 전화를 걸지 말라는 잠정조치를 받은 뒤 전화를 걸었다면 잠정조치 위반이 됩니다. 스토킹범죄와 잠정조치 위반이 한 행위로 성립하면 상상적 경합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정리했습니다.

차단된 전화와 스토킹 잠정조치 위반을 설명하는 법률 인포그래픽

번호를 차단당했는데도 위반일까

스토킹 사건에서 법원이 피해자에게 전화나 문자를 보내지 말라는 잠정조치를 내렸는데, 피해자가 이미 번호를 차단해 두어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면 잠정조치를 어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의 원심도 해당 전화 부분의 잠정조치 불이행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습니다. 또 스토킹범죄와 잠정조치 위반이 하나의 행위로 함께 성립하면 두 죄를 어떻게 처벌하는지에 대해서도 기준을 밝혔습니다. 전기통신 접근금지 잠정조치 위반의 기준을 조문과 대법원 판결로 정리해 드립니다.

잠정조치와 그 위반의 처벌

스토킹처벌법 제9조 제1항은 법원이 스토킹범죄의 원활한 조사·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결정으로 서면 경고, 피해자나 그 동거인·가족 또는 주거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의 잠정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같은 법 제20조 제2항은 제9조 제1항 제2호 또는 제3호의 잠정조치, 곧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나 전기통신 접근 금지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스토킹범죄 자체는 제18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하면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거워집니다.

전화를 수십 차례 건 사건

2024년 판결의 사건에서 피고인은 법원으로부터 일정 기간 피해자의 휴대전화 또는 이메일 주소로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된 잠정조치를 통보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이틀 후 피해자에게 약 15회, 다시 한 달여 뒤 약 13회에 걸쳐 전화를 걸었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번호를 차단해 두었고, 피해자의 휴대전화에는 수신차단 기호 등만 표시되었습니다. 원심은 이 표시가 피고인이 송신한 부호나 문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 부분 잠정조치 불이행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부재중 문구와 수신차단 표시도 송신입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전화를 걸면 통화를 원한다는 내용의 정보가 전파로 송신되어 기지국과 교환기 등을 거쳐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수신되고, 피해자가 받지 않으면 그 정보가 부재중 전화 문구나 수신차단 기호 등으로 바뀌어 표시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표시는 피고인의 송신 없이 피해자에게 도달한 것이거나 휴대전화가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피고인이 전화를 시도함으로써 송신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부재중 문구나 수신차단 기호 등이 표시되도록 했다면 실제 통화가 이루어졌는지와 상관없이 송신을 금지한 잠정조치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원심의 무죄 판단은 잠정조치 불이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했습니다(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4도7832 판결). 이 사건에는 2023년 7월 11일 개정 전의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되었습니다.

스토킹범죄와 잠정조치 위반은 상상적 경합입니다

원심은 스토킹범죄로 인한 죄와 잠정조치 불이행으로 인한 죄를 실체적 경합, 곧 여러 행위로 여러 죄를 범한 형법 제37조의 경합범으로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전화를 건 행위가 스토킹범죄를 이루는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면서 동시에 접근금지·전기통신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위반한 행위에도 해당하면, 두 죄는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로 성립하는 여러 죄여서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상상적 경합이면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고, 경합범처럼 형을 가중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잠정조치 위반 무죄 부분과 죄수 판단 모두에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따라서 이 판결로 피고인의 형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잠정조치를 받은 상황이라면

첫째, 잠정조치 결정문에 적힌 금지 내용과 기간, 대상자를 정확히 확인하십시오. 피해자뿐 아니라 동거인이나 가족에 대한 연락도 금지될 수 있습니다.

둘째, 상대방이 번호를 차단했거나 전화를 받지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전화를 거는 시도 자체가 송신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셋째, 이미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다면 같은 행위가 스토킹범죄와 잠정조치 위반에 함께 해당하는지, 별개의 행위인지를 행위별로 정리하십시오. 상상적 경합인지 경합범인지에 따라 처벌의 기준이 달라집니다.

넷째, 관련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있다면 재범을 막기 위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준비하십시오. 법무법인 더프라임이 기획·제작한 온라인 재범방지교육의 수료증도 재범을 막기 위해 스스로 기울인 노력을 보여 주는 자료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명하는 수강명령이나 이수명령을 대신하지 않으며, 형은 법원이 사건 전체를 보고 정합니다.

Q차단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잠정조치 위반인가요?›

그럴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송신을 금지한 잠정조치를 받은 뒤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부재중 문구나 수신차단 기호 등이 표시되게 했다면 실제 통화가 되었는지와 관계없이 잠정조치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4도7832 판결).

Q전기통신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어기면 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스토킹처벌법 제20조 제2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를 어긴 경우도 같습니다.

Q스토킹범죄와 잠정조치 위반으로 함께 처벌되면 형이 더해지나요?›

지속성·반복성 등 스토킹범죄의 성립요건을 충족하고, 그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가 동시에 잠정조치 위반에도 해당하면 두 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가 될 수 있고, 이 경우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잠정조치 위반 자체와 스토킹범죄의 성립요건은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서로 다른 행위로 각각 죄가 성립하면 경합범이 될 수 있으므로 행위마다 따져야 합니다.

Q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는데 왜 송신인가요?›

전화를 걸면 통화를 원한다는 정보가 전파로 피해자의 휴대전화까지 수신되고, 받지 않으면 그 정보가 부재중 문구나 수신차단 기호로 바뀌어 표시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휴대전화가 스스로 만든 표시가 아니라 전화를 건 사람이 송신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Q이 판결로 형이 확정되었나요?›

아닙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돌려보냈으므로, 형은 다시 열리는 재판에서 정해집니다.